인간 노무현의 마지막 소망

7월 1, 2009 by Jiwoong Chung  
Filed under Change, People

슬픈 하루가 지났다.

정치라는 틀을 제외하고서라도,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던 사람중의 하나로써 김어준씨의 글에 구절 구절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벽녘의 그 절벽에서 외롭게 뛰어내리며, 우리가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랬던 그의 마지막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김어준씨의 말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쁜 삶 속에서도  조금만 더 인간다움을 찾으며 살아갔으면 소박한 바램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 마음이 진정될 쯤에는 다시 한번 힘을 내야 한다. 그냥 무너져 버릴 수는 없다. 이제 그의 뒤치닥거리는 우리 몫이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다. 생업에 바쁜 가운데서도 옳고 그름, 착하고 악함은 구별하며 살아야 한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세상에 있고(말 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것을 위해 사는 모습도 때로는 보여야 한다. 남의 부족함을 비웃지 말고 연민하고, 남의 아픔을 같이 느낄 줄도 알아야 한다.  - 김어준, [謹弔] 인간 노무현을 보내며

정치와 이념이라는 틀로 경계 지을 필요는 없다. 대중은, 국민은, 사람은  어리석지 않다. 우리 모두는 이미 가슴으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어떤 것이 상식이고, 어떤 것이 부끄러움이며, 어떤 것이 진정 인간답고 중요한 가치인지.

삶의 무게에 눌려 있을지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저마다의 목표에 가까이 가려 노력할때도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것은  우리의 ‘인간다움’이 아닐까. 경제불황이 , 사회의 비참한 현실들이  우리를 옥죄어 오더라도 결국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것은 우리의 인간다움에 기반한 판단과 행동들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문득 얼마 전에 본 영화 터미네이터 4의 대사 한 토막이 떠오른다.

우리가 기계와 다른 것은 영혼과 심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분명, 지금 세상은 바뀌어 가고 있다.

화폐로 모든것을 재단하려 하던 금융 모델링의 사상누각은 무너졌다.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우던 언론은 신문 산업의 쇠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것이다. 문화를 파괴하고 모든 사람을 획일화된 표준으로 포장하려했던 세계화에 사람들은 지쳐만 간다. 이번 불황을 기점으로 다시 시발되는 자국중심의 보호주의와, G20와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정세는 다시금 지역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다양성이 중심이 되는 문화를 일깨울 것이다.

분명, 지금 세상은 우리를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쏟아내는 작은 한마디 한마디가 트위터와 같은 도구를 타고, 우리의 삶 곳곳에 녹아든다.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일깨워주는 수많은 목소리가 전해지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거대 기업의 횡포에 다함께 맞서 항거한다.  단지 나흘만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손길이 모여, 식수가 없어 고통스럽게 병들어가던 아프리카의 17,000명의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이 전해지고 있다.

분명, 지금 세상은 인간다움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우리를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인간 노무현 그가 소망한 것

인간 노무현이  항상 삶을 통해, 그리고 이제는 죽음을 통해 단 한가지 끊임없이 말해 온 메시지는 이 것이 아닐까.

‘우리 아주 조금씩만 더 인간다워지자’ 는.

그래서 뜻이 다르고, 길이 달랐던 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인간 노무현의 진정성 하나에는 공감을 표했던것이 아닐까. 그가 소망한 것은, 이념이나 노선이라는 틀로 구속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우리의 곁에 없다.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했지만, 강자와 기득권자들에겐 한없이 강했던 그는  어쩌면 본디 약한 인간으로써 너무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의 말대로, 그는 힘겹고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고 우리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이제, 그 짐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 짐을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포장할 필요도 없다. 이념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결국, 그 길이 의미하는 것은 인간 다운 삶을 향한 우리 모두의 바램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념만으로는 몰가치와 비상식이 우세한 세상을 견뎌낼 수 없다. 우리는 좀 더 인간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새로운 세상은 즐겁고,재미있고,부럽고,따라하고 싶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 마실나온 사람들도 스스럼없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간지나는 즐거움’ 말이다. 인간다움은 본디 그렇게 따뜻하고 즐겁고 정겨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차례다.

그가 남긴 짐을 이제 우리 모두가 조금씩 나누어 질 차례가 왔다. 광장에 나설 필요도 없다. 그 짐이 나누어지는 현장은  바로 우리의 삶 속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비즈니스로

누군가는 기술로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사회 속의 목소리로

누군가는 일상 속의 작은 손 내밈으로

그렇게 아주 조금씩 마음을 보태, 모든 인간답지 못한 부조리와 맞서 싸워야 한다. 때론 즐겁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웃으며, 때론 눈물 흘리며.

인간다운 가치를 무시하는, 상식을 무시하는 사회를 그렇게 한 걸음 , 한 걸음씩 바꿔나가자.

그런 걸음걸음을 함께 하는 우리를 규정하는 이념이나 정당은 이미 필요치 않다. 길을 함께 하는데는 그 어떤  자격도 필요치 않다.

터미네이터 4에서, 존 코너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기계와 투쟁을 벌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싸워왔습니다. 물론 우리는 열세에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거듭해서 노력해나간다면 말입니다. 인간의 능력은 그 어떤것으로 측정할 수 없을만큼 무한합니다. 저는 존 코너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저항군의 일원입니다.  ( We’ve been fighting a long time. We are out numbered by machines. Working around the clock,without quit. Humans have a strength that cannot be measured. This is John Connor. If you are listening to this,you are the resistance. )

우리에게도 전쟁이 하나 남아있다. 총칼이나 이념이 아닌, 우리들 삶 속에서 벌어지는 마음속의 작은 전쟁말이다. 기계와 같이 거대하기만 한 사회라는 벽과 벌여야 하는 전쟁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존 코너는 없을지언정,  보다 인간 다워지고자 하는 작은 소망이 가슴속에 남아 있고, 그 어떤 방식으로든 그 소망을 실천에 옮긴다면, 여러분은 이미 이 작은 전쟁 속의 저항군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기계처럼 몰가치와 비상식를 강요하는 이 사회와의 전쟁 속에서 말이다.

 

no1

이제 그 무거운 짐 우리들에게 맡기시고 편히 쉬세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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