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의 속성

11월 11, 2008 by Jiwoong Chung  
Filed under Change, Technology

분명히 신기술의 출현은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기존의 기술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한다 기존의 기술들은 새로운 기술의 체계적인 활용을 낳게 하는 사회 경제적인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흔히 그 자체의 가능성 이상을 강요당한다. 그리고 신기술의 출현은 심각한 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투자의 이전을 초래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또 다른 균형이 자리잡게 마련이며, 기존의 기술은 새로운 체계 안에서 정상적인 발전의 리듬을 되찾는다. 결국 대체가 아닌 축적이 있을 뿐이다. —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 로베르 에스카르피

앞서, 말한 것처럼 기술은 가능성의 원천 이다. 하지만, 신기술의 가능성과 그것이 가져다 줄 변화가 실제 적용되는 과정은 별개로 보는 것이 좋다. 인용한 문장에서처럼, 신기술은 가능성 이상을 강요당하기 마련이다. 가트너가 매해 발표하는 기술 트렌드 나, 오라일리의 기술 레이더 와 같은 것이, 이러한 과정이 구체화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들이 발표하는 기술의 변화 과정은 실제 수용보다는, 기술의 이슈화 정도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사회적 현상으로 전이되는 시점은, 사실 이슈화의 거품이 차분히 가라앉을 즈음이라고 보는게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먹고사니즘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어느 생활철학자의 말처럼, 신기술마케팅의 필요성은 기술 자체의 실효성과는 별개로, 학계, 업계, 산업 주변부의 파생 업계들로 점차 퍼져나간다. 이 때 ’가능성’이라는 뜨거운 믿음 아래, 성숙과 수용이라는 비용문제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신기술이 지닌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속성들이 무시된다.

  • 신기술의 변화는 실제로는 신기술만이 아닌, 여러 구 기술과의 복합작용안에서 빚어지는 결과물이다. 여러 구기술들이 성숙을 통해, 장벽을 약하게 만들었을때, 신 기술은 맨 마지막의 결정적인 한 방에 해당한다. 하지만, 장벽이 약해지기 전에는 신기술도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 신기술은 필연적으로 여러 단계의 성숙 과정을 필요로 한다. (기술 자체의 성숙 → 공학적 관점에서 성숙 → 시장비용측면의 성숙) 이밖에도 기술이 다수의 일반적 사용자에 더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기술은 더 많은 사회적 성숙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이나 사람이 제일 어려운 법이다.
  • 모든 신기술은 구기술을 대체하지 못하고, 기존 체계 안에서 다른 특성을 축적할 뿐이다. 신기술만을 고려할때,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기존에 보급된 기술의 저변이다. 현존하는 기술이 아무리 조악하더라도, 결국 그 수용은 도입 비용문제로 귀결된다. 표준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런 도입 비용의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해, 많은 기술적,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표준 기술이 죄악에 가까울 정도로 끔찍하지 않은 이상, 거의 모든 신기술은 De facto Standard정도의 수렴 과정을 거쳐, 다시 새로운 표준화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고, 결국 이 과정에서도 완전한 대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의 웹을 구성하고 있는 끔찍한 구기술들 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대체가 아닌, 새로운 표준의 축적이 천천히 이루어질뿐이다.

특정 신기술이 아주 빠르게 이슈화가 된다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그리고 특히 그 기술이 소위 말하는 혁신적인 개념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거나, 기술을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규모가 아직 작다면, 당분간은 그 기술에 대한 관심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물론 가능성을 파악하는 과정은 꼭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그 기술이 옛날부터 통용되는 개념을 근사하게 포장했을 뿐이라는 이유로 폄하당하고 있다거나 , 여러 기술을 통합 또는 표준화한것이거나, 일부 커뮤니티의 열광적인 지지를 꾸준히 받고 있다는 신호가 오면, 그때는 잽싸게 안경을 새로이 고쳐쓰자. 바로 그 때가 거품 대신, 신기술의 참된 단 맛이 느껴지기 시작할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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