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불황의 시대가 기회인 이유
1월 1, 2009 by Jiwoong Chung
Filed under Business, Change
현실을 직시하기
전세계적으로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되려는 시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서 전통적인 산업은 물론이고, IT산업 특히 웹 비즈니스도 그 한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단적인 예로, 가장 스마트한 벤처 캐피털중 하나로 손꼽히는 Sequoia Capital의 소위, Doomsday Meeting 프리젠테이션은 이런 위기상황을 ‘R.I.P Good Times’라는 헤드라인으로 잘 정리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이제 좋은 날은 다 지나갔다는 것.
근래에 이루어진 많은 투자들은 기술적 가능성이나, Web 2.0과 같은 트렌드에 편승했던 시험적인 시도들에도 많은 돈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반드시 필요한 제품 (MUST-HAVE Product)이 아니거나, 명확한 수익 모델(Established Revenue Model)이 없는 그런 모호한 시도들에게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될것이라는 사실을 자료에서는 일깨워주고 있다.
더욱이, 이전의 단기적인 불황들과 달리, 이번의 경제위기는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에 의한 것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때문에 그 회복 또한 유례없이 길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투자자들의 선택 또한 제한될수 밖에 없다. 즉, 신규투자보다는, 이미 투자한, 운영중인 비즈니스에서 효율을 얻는데 집중이 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Paul Graham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불황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글 : 경기가 나쁠때 창업을 해야하는 이유 ) 하지만, 현실을 바라보면, 모든 지표는 비관적인 상황만을 가리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은 이상에 근거한 원론적인 주장에 불과한 것일까?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
앞선 Paul Graham의 논리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불황과 상관없이 , 새로 창업하는 Startup이 겪어야하는 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기술의 발전은 시기에 상관없이 일정한데 비해, 불황기에는 경쟁이 적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번째 논리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가 어떠한 시대인지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학자 Carlota Perez 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가리켜, “Techno-economic”이라고 칭한다. 사실 이런 거창한 용어를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현대의 많은 변화들이, 기술에서 파생되는 불연속적인 혁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익히 알고 있다. 다만, 철도,전기,전화와 같은 제아무리 혁신적인 기술 인프라가 등장하더라도, 변화는 즉시 일어나지 않았다. 비즈니스가 이런 기술의 속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을때, 혁신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근접할 수록, 이런 공식은 또 한번 변화한다. 즉, 여태까지는 기술적인 혁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합의 즉, 안정(Stabilization)이 이루어진 후에, 비즈니스가 견인하는 붕괴(Distruption)가 일어난다는 순차적인 흐름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Digital Technology로 대변되는 급격한 기술의 변화 앞에서는,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합의가 채 이루어질 틈이 없다. 안정과 붕괴가 동시에 진행되고, 그 가운데 기술 스스로가 인식의 변화를 견인하는 시대가 도래한것이다.
이제, 기술이 대변하는 혁신과 붕괴의 흐름은, 경제나 사회에 의해서 재해석되기만을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그 기술이 가져오는 혁신이 경제,사회 시스템 자체마저도 변화시키며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의 기회가 존재한다.
기회는 어디에서 오는가?
많은 사람들에게 2009년은 전세계적 경제불황의 시작으로 기억되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앞서 언급한 경제,사회적 관점에서의 거대한 변화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1. 첫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비용이라는 개념의 변화다.
“자기복제가 가능한 무형의 자산” 이라는 특성때문에 디지털 인프라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원동력으로 인식되어왔다. 10으로 10000을 벌 수 있는 가능성에, 많은 산업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높이 사게 된것이다.
하지만, 웹의 시대는 이런 저비용을 넘어선, 무비용의 시대를 시사하며 우리의 패러다임에 도전한다.
- 빠른 소프트웨어 개발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개발의 추상화 덕분에, 빠른 개발속도는 물론, 수많은 시제품을 통해 컨셉과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해볼 수 있다. 시장 중심의 Test-First Product는 Value Chain 전반의 비용감소를 돕는다
- 인프라는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Amazon Web Service와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Google , Facebook같은 기존의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기반 플랫폼 인프라는, 운영과 기술 비용 측면의 고려를 덜어준다.
- 공짜 마케팅
포장된 광고보다는 진실된 PR이 득세하고, Social Media가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시대다. 기존의 거대한 마케팅 전략보다, 하나의 메시지가 네트워크를 타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더이상 비용과 볼륨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Out-Sourcing과 네트워크 조직
마케팅,생산,운영비용이 0에 수렴한다면 남은 것은, 인적 비용이다. 평생고용의 개념이 사라지고, 능력에 따른 지식근로자가 많아지고, 교통-통신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조직차원의 인적 비용조차 점차 감소하고 있다. 웹 기반 Startup들이 초기에 다양한 Out-Sourcing과 Network Company 형태로 인적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창고조차 사치인 시대니까.
2. 두번째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Michael Rappa교수가 Business Models on the Web 에서 정리한것처럼, 웹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 웹 자체의 발전에 비해, 그리 많은 변화를 겪지 못했다. 그것은 사실 IT 자체가 기존 산업의 Infrasturcture 내지는 보조재 성격으로 인식되어왔고, 웹이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재조명된 시간 자체가 짧은 것에 기인한다. 그동안 우리는 웹을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웹이 비로소 일상의 보편재가 된 지금, 웹의 비즈니스 모델 또한 다시 한번 변화하려고 한다.
Altos Venture의 글, The Death of Tech Enterpreneurship 에서는, 현 시대의 가장 큰 기회로써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손꼽는다. 바로 수년전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수익 모델과 과금 모델이, 웹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 구조화된 데이터, Social Network , 개인화를 통해, 광고주와 소비자의 욕구에 더 다가갈 Advertising 모델 (CPM,CPC,CPA가 결코 끝이 아니다)
- Mobile의 개인화와 지역성이 촉발할 새로운 형태의 Brokerage , Subscription 모델 (모바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모바일 웹이야말로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 Social Network와 개인이라는 Identity의 발현으로 인해 등장할 여러가지 Affiliate 모델(생산자가 그 어느때보다 개인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소비자이자, 생산활동의 협력주체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등이 혁신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볼 수 있다.
3. 마지막으로 주목해야할 것은 사회적 변화다.
불황 이전까지, 웹 비즈니스의 투자를 견인했던 흐름은 단연 Web 2.0이었다. 그동안의 많은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제 거품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Web 2.0이 의미한 Social Web이라는 키워드는 이제서야 사회적 의미를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change.gov 로 대변되는 오바마의 참여형 선거운동을 들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미국의 Social Media는 Chasm을 넘어 실질적인 사회변화를 견인할것이라고 예상한다. )
이미 IT는 이제 Hacker들만의 전유물에서, 일부 Geek들을 거쳐, 이제 일반인에게도 없어서는 안될 것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 속에 태어난 웹 또한
- 웹페이지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읽고 소비하는 웹에서 (Read-Only Web)
- 여러가지 공간 속에 의견이나 정보를 보탤 수 있게 된 (Read-Write Web)
- 각 구성원들의 Identity가 드러나는 가운데, 읽고 쓰는 속에서 사람들간의 소통이 일어나는 (Social Web)
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Social Web을 통해, 일방적인 대중(Mass)이 아닌, 자기 조직화하는 군중 (Crowd)로 거듭나는 개인들은 생산 - 소비 - 유통 - 마케팅등의 모든 부분에서 ‘좀 더 사회적인 - 좀 더 인간적인’ 욕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개인의 목소리, 개인의 욕구, 개인의 다양성이 점점 더 강조되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도구로써, Social Web이 존재한다.
그저 새롭기만 한 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지금 다가오는 변화들은 어쩌면 수년 동안 가능성만 이리저리 회자되었고, 이제서야 비로소 사회적 인식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변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에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좁은 문
기회는 분명히 도처에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새로운 가치는 기술, 비즈니스, 사회적 관점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만들어낸다면, 어떤 상황에서던지, 기회는 반드시 주어진다.
제 아무리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빠른 혁신의 주기안에서는 많은 기회가 새롭게 생겨난다. 그리고 불황이 끝나면 그 혁신의 승자는 그제서 등장하는 도전자들이 아닌, 오랫동안 혁신을 준비해왔던 이들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혁신은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들 사이에서만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역설적으로 더 큰 모험을 요구하는 혁신의 흐름 속에서, 많은 경쟁자들이 혁신보다는 안정과 효율을 추구한다. (사실 그 편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고 대담한 시도가 아니면, 새로운 가치를 찾기 힘들다. 역설적으로 Startup과 같은 조직은 지켜내야 할 것(조직,문화,시장,제품)이 없기때문에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다. (Startup에겐 변화하지 않는 것이 그자체로 죽음을 의미한다) 빨리 시도하고, 빨리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시장의 피드백을 통해 계속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다는 것. 빠르게 변화하고, 필요하다면 0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Startup이 지닌 유일한 장점이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것은,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호황기에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Exit할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불황기는 좁은 문이다. 평가 자체가 인색하다. 가능성이라는 달콤함이 아닌, 이 Product가 Profitable한지, Real Business로써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보게 된다. “GET REAL or GO HOME” 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시대인것이다. Real Business , Real Product라는 좁은 문. 하지만 변화의 시대는, 그 좁은 문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진정한 기회들을 선사할 것 이다.
2009년
2009년. 그 어느때보다 많은 비관적인 메시지들이 우리 주위를 뒤덮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분명 희망의 가능성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오히려 이 변화와 혁신의 시대야말로,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들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올 한해,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시도들을 통해 그런 가능성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배운 것들, 새롭게 구하고자 하는 것들을, 글과 말로써도 끊임없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분명 “Web의 변화”라는 흐름이야말로, 그동안 불가능했던 새로운 가치들을 실현할 수 있는, 더 없는기회라고 강렬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부족한 글과 생각을 좋게 보아주시고, 가르침의 씨앗을 제공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아무쪼록 2009년에는 많은 분들이, 변화속의 희망을 찾아낼 수 있는 긍정적인 한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