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Practice의 허구

10월 31, 2008 by Jiwoong Chung  
Filed under Business, Change

경영의 관점으로 변화를 바라볼때,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절대적인 Best Practice’란 것이 존재한다는 논리다. 마치 시험에 모범답안이 있는 것처럼, 성공하는 기업은 반드시 절대적인 성공법칙을 따랐을것이라는 가정이 깔린 주장이다.

경영학은 이미 일어난 현상과 사례들로 부터,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오는 이른 바, 후행적인 학문의 형태를 띈다. 이러한 유형의 학문에서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즉, 각기 다른 측면의 접근법들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폭이 큰 현상일수록,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형화된 패턴의 존재를 믿고 싶어한다. 아멘.

가까운 예로, Built to Last(번역서명 :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 류의 책이 이런 논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리는 성공한 기업, 그 중에서도 영속하는 기업에는 무언가 공통점이 있으며, 그 공통점 속에서 성공의 비결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개개의 패턴별로 접근해보면, 그러한 Best Practice들이 시대를 관통하는 지침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이 실패하는 요인을, 그런 패턴을 충실히 지키지 않거나, 애당초 잘못된 패턴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일반화하는데 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들이 공유하는 속성이 있더라도, 그것은 그 성공의 일정부분일 뿐이며, 그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일부나마 공통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의 패턴이 있다고 해도, 시장과 사회의 변화 속에서 그 패턴의 가치는 희석될 뿐더러, 때로는 다음번 실패의 핵심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성공의 토대 중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의 이상과 희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냉정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100점 만점 짜리 객관식 시험이 아닌, 철저하게 상대평가로 치루어지는 경쟁일뿐이며, 이런 경쟁 속에서 기업이 주목해야할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Best Practice가 아닌, 자신이 지닌 한계 자원과, 시장에서의 경쟁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가치가 된다.” (이때 이러한 가치는 ’전략’이라는 실행수단으로 구체화되어 시장에 출현하거나, 사용자의 인식속에서 기업이나 상품의 브랜드와 같은 무형자산의 형태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

Best Practice란, 게임의 규칙이 고정되어 있고, 모든 참여자가 동등한 선에서 게임에 참여할때만 성립될 수 있는 허구다. 사회는 변화하고, 시장도 그 변화의 흐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절대적인 비전이나 전략, 실행수단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의 패자, 아니 오전의 승자가 오후의 패자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서, 가장 유효한 전략은 ’차별화’가 아닐까. 자신이 가진 자원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다른 경쟁자가 따라하기 힘든 극단적인 선택. 지극히 진부한 문구지만, 이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취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 역시, 변화의 상대성과 불확실성에 기댄 선택일 수 밖에 없다.

기술의 득과 실

10월 27, 2008 by Jiwoong Chung  
Filed under Technology

앞선 기술에 대한 글 과 , QoooP 미디어의 글 에서 논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기술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특히, 웹이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라면 기술의 역할은 더욱 각별하다. 웹이 사회적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이 좀 더 사람들 곁에 가까이 다가갈수 있는 친숙한 형태까지 진화해야하기 때문이다.

Mark Weiser가 유비쿼터스 컴퓨팅 을 말하면서, 가장 강조했던것 또한 보이지 않는, 스며드는 컴퓨팅(Pervasive Computing)이었다. 그야말로 일상에서 보편재로 동작할 수 있을정도로 기술이 성숙하고 이면에서 단순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웹에서도 그러한 논리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여진다. 기술은 끝없는 진화를 통해, 사용자들이 기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이런 궁극적인 방향에는 모두 공감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기술의 시간 지평은 매우 길다.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이 실제로 가치를 부여하기까지에는 기나긴 성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아무도 그 기술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거품이 꺼질때가 그 기술이 비로소 가치를 발하는 때다’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때문에, 기술관점에서 웹을 바라보면 가능성을 빠르게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지만, 반대급부로 기술 자체에만 매달리다 보면 많은 단점을 안게 되기도 한다. 특정 기술이 지닌 가능성이나, 공학/과학적 완성도에만 가치를 둔 나머지, 실제 사용자나, 실제 사회의 시간 지평과는 단절된,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현상을 파악하고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의 관점에서, 단일 기술의 프레임을 통해 변화를 바라보려 한다면, 그런 한정된 시야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사회적 수용을 목표로 한다면, 차라리 그런 기술중심의 사고관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신기술을 접하고, 개개의 기술이 가진 가능성에 환호하는 입장에 서면서도, 항상 스스로 경계하는 것은 그런 기술의 독배를 마시지 않는 것이다. 입에는 더없이 달지만, 취하면 쉽게 헤어나올수 없는 기술의 상반성. 지식이 쌓여 갈수록, 그에 기반한 판단을 통해, 특정 기술에 대한 호불호를 가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판단조차도 기술이라는 경계 안에 갇혀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각해야 한다.

기술 관점에서 웹을 바라보아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면, 단 한 가지 질문만은 그치지 말자.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이, 기술의 발전인가? 아니면 그 발전을 통한 다른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