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여유가 남긴 세 가지 생각

9월 20, 2009 by Jiwoong Chung  
Filed under Business, Change

정신이 없다는 핑계로 생각을 글로 남기지 않은지가 꽤 오래되었네요. 오랫만에 여유로운 주말,  머릿속에 그간 경험한 것들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넘치길래,  짧은 글로나마 정리해보려고 오랫만에 자판을 마주 봅니다  :)

1. Lean Startup , Customer Development , 그리고 한국

Eric Ries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IMVU라는 Startup의 Co-Founder이자 CTO로써, IMVU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린 사람인데요. Ries가 주창한 Lean Startup이라는 모델이 실리콘밸리에 한동안 화제에 오른적이 있었지요. 얼마전에는 Tim O’Reilly등의 추천을 받아 오바마 행정부에 Goverment 2.0이 모범사례로 삼을 수 있는 Case Study로 강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소위 Lean , Agile 프로세스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Product의 생산과 관련된 영역까지로 그 범위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Product Development Process가 Agile하다고 해도, Business Development 단계가 순차적 전개를 따른다면, Agile은 오히려 조직의 역량전개에 부합하지 않는 반쪽짜리 프로세스일뿐이지요. 중요한건 무엇일까요? 시장의 불확실성과 조직의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는 빠른 Iteration 기반의 Business Process가 아닐까 합니다. 가설 - 실행 - 검증 - 학습. 이런 작은 Iteration을 Product 뿐만 아닌, Business단계의 전범위에서 전개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Lean Process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Ries는 이런 Biz Dev 과정을 Customer Development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Startup은 불확실성이 큰 시장(검증되지 않은 기회)에 도전하는 조직이고,   조직이 갖춘 내부의 경험이나 역량 또한 불완전한 것이 사실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마케팅-세일즈-전략적인 판단들 또한 작은 Iteration과 학습에 기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는 주창합니다. 그리고 Product Development 또한 Customer Development단계에서 얻은 학습을 통해, 점진적으로 방향을 수정해나가야 한다고 말이지요.

Start Up은 본질적으로 세 가지 특성을 지닌다고 합니다. Risk가 큰 시장(기회)에 도전한다는 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내부의 역량이 본질적으로 불균형을 이루기때문에, 팀 멤버가 소위 멀티플레이어와 같이, 각각의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그런 점에서 Ries가 또 한가지 강조하는 것은 Pivot 입니다. Startup이 경쟁자들에 비해 잘할 수 있는 것은 속도 , 즉 한가지 일에 주어진 역량을 집중하고, 가정이 틀리면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지요. PayPal이 보안에서 결제로 눈을 돌린것처럼, 언제든지 경험하고 검증된 것(Proved Thinking)에 기반해서 사업과 제품 전반의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Lean과 Agile의 요체가 주어진 자원안에서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니만큼, 어찌보면 Startup과 같이 제한된 자원을 가진 조직에서야 말로 이러한 Practice들이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조직의 크기가 커질 수록, 주어진 자원과 고려해야할 Risk가 다르기때문에, 이러한 가정을 큰 조직에서도 그대로 가져가는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조직은 확률과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다만, Agile,Lean에서 주창하는 Practice와 Process는 이러한 전제에 대한 필요조건이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작은 조직이나마, 조직의 형태와 나아가는 길을 설계하면서, 이런 Ries의 가르침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계획(Plan)이란 것이 어차피 가정(Assumption)에 근거한다고 보면, 검증된 학습(Validated Learning)에 의존해 끊임없이 나아갈길을 수정하는 이런 방식이야말로, 작은 조직이 제한된 역량으로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미 이 길을 걸으신 선배님들이 몸으로 직접 체득하셨던 방법이기도 할테구요.

하지만,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러한 Ries의 Best Practice가 그대로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농담으로 저희끼리도 Ries가 한국에 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지만, 그때마다 다소 애매한 웃음을 서로 주고 받곤 하니까요.

왜 그럴까요? 그에 대한 대답은 Frame과 Context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Frame 과 Context

우리가 흔히 책을 통해 접하는 지식이나, 성공사례들을 모아 제시하는 Best Practice를 들으면서 탄복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그것은 그러한 지식들이 성공을 후행적으로 분석하고, 그 원인을 인과관계에 따라 체계화했기 때문일것입니다. 우리가 여태껏 인지하지 못했던 체계의 새로움. 자신이 갖추지 못했던 Frame과 조우하는 일은 언제나 멋지고 설레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그런 Best Practice 하나하나를 따라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일까요?

아닐것입니다. Frame은 그 Frame이 탄생한 배경, Context 안에서만 의미를 지니니까요. 더욱이 책이나 말로 전해지는 Frame은, 본래의 Frame이 담고 있던 Context조차 희석시킨 너무나 단순화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도와 과정이 성공의 Frame을 낳기 까지 가지고 있던, 수많은 배경과 실패의 단초들은 어디로 사라진것일까요? 분명 실패의 가능성과 선택의 갈래 속에서 같이 혼재했던 정보들 또한 의미있는 정보였을텐데 말이지요.

다른 Context , 다른 환경 속에서, 분명 성공의 Frame은 다시 쓰여져야 합니다. 환경이 다르고, 고민의 방향이 다르고, 내가 지니고 있는 자원과 역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Context가 부재한 Frame은 어디까지나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환기할 수 있는 촉매 이상 이하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Vision, 내가 직면하는 시장, 나와 팀이 가진 역량이 중요한 것이지, 그 어디에도 통용될 수 있는 Best Practice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다른 Frame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다른 Context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되, 분명 우리만의 치열한 고민, 우리만의 치열한 실행을 거듭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닌가 합니다. Peter Drucker , Paul Krugman , Gary Hamel 이 지닌 Frame이 우리의 Context에 그대로 통용된다는 보장이 없고   , Steve Jobs , Bill Gates , Fred Wilson , Guy Kawasaki , Eric Ries가 거쳤던 Context가 우리가 지닌 Context와 유사하다는 보장 또한 없을테니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속에서, 우리만이 찾을 수 있는 가치, 즉  시대정신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3. Vision의 힘.

얼마전 재밌는 인수 사례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Amazon의 Zappos 인수와, Intuit의 Mint 인수인데요. 요새 화제의 정점에 놓인 Twitter의 Valuation보다 저는 오히려 이 기업들의 인수가 시사하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서비스야 말로 기업의 A to Z라고 이야기하는 Zappos를, Category의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Amazon이 928m$에 인수한 사례, 그리고 개인 중심의 재무 서비스라는 한 가지 가치에 집중했던 Mint를 Intuit가  170m$에 인수한 사례. 대형 기업들은 이 기업들을  무엇을 보고 인수한 것이었을까요? 현재로썬 자신들의 잠재적인 경쟁자군에도 미치지 못하고, TechCrunch,Mashable,Read Write Web같은 실리콘 밸리 미디어가 좋아하는 기술 중심의 기업도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단순하지만 강력한 가치, Vision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기업 모두 한 가지 핵심 가치에 집중했던 기업들이었죠. 그리고 그 가치가 가리키는 것은 어느 특정한 기술이나, 변화의 흐름이 아니었습니다. Fad - Fashion - Trends라는 변화의 3가지 종류중에서, 그들이 택한것은 결코 일시적인 Fad나, 한때의 흐름에 불과한 Fashion이 아닌, 우리의 사회상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지배적인 흐름으로 변화할 Trends를 관통하는 가치였을뿐이지요. 바로 고객에게 Wow! Experience를 가져다주는데 기업의 모든 목표가 있었던 Zappos와, 개개인의 호주머니를 가장 알뜰하고 편리하게 관리해주는것이 소매금융의 가장 주된 가치라고 생각했던 Mint가 가졌던 Vision이 그러한 것이었을겁니다.

Amazon, Intuit 모두 현재 시장에서의  지배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고, 어찌보면 단순한 Category-Brand 차원의 확장만으로도 이들 소기업의 성장세 따위는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Mint,Zappos가 지닌 Vision, 그리고 그 Vision이 녹아든 조직 문화와, 그들을 사랑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과 함께 하는 Community는 쉽게 대체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인수금액은 오히려 작은 지출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Mint의 경우에는 아직 Vision이 꽃을 피우지 못한 시작점에서, 피인수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것도 그러한 이유일것입니다.

Amazon의 Jeff Bezos가 이야기하는, 우리가 Zappos를 인수한 이유

얼마 전 들은 조언들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전은 그 누가 대신 가르쳐 줄 수 있는 형질의 것이 아니다. 때문에 성공과 실패도 그 누가 쉽게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플라이팬이 굳게 믿고 있는 비전이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세상에 실재하도록 만든다면, 그것이 이미 성공이다. 내 비전이 합리적인지의 여부를 다른 이에게 묻지 말고, 내 비전을 다른 사람이 믿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열정으로 그 비전을 퍼뜨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네 비전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가슴 뜨거운 Evangelist가 되어라

Mint도, Zappos도 그러한 Vision이 보여줄 수 있는 성공의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언젠가는 시대의 흐름이 되리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지금 그것이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가치들. 그들은 묵묵히 그 가치를 위해 노력했고, 그 Vision의 Evangelist가 되어 다른 이들을 매료시켰습니다. Zappos의 Tony Hsieh가 블로그에서,강연에서,트위터에서 열정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다른이들에게 퍼뜨리고, Mint가 다보스 경제 포럼에서 다음 세대의 경제 모델에 대한 자신들의 Vision을 설파했던 것이 바로 그러한 Vision Evangelism의 예가 아닐까 합니다.

몰입해서 글을 쓰다보니, 글이 또 천정부지로 길어져 버렸네요 ^^;  사업을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간 들은 조언들과 경험한 것들이,  그만큼 저 자신을 생경하게 바꾸어놓았기 때문에, 그만큼 하고 싶은 말도 많았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항상 말보다 행동이, 실천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항상 겸손해야 함은 물론이겠구요 ^^) 아무쪼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실행하는 와중에서도, 가끔 이런 여유를 내어 생각의 흔적을 기록하고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다른 분들의 조언과 가르침을 구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일테구요. 요즘들어, 쓰고 냉철한 조언일수록 성장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

블로그에 긴 글로 남기지 못하는 짧은 이야기들은, 트위터를 통해 간혹 전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많은 이야기 나눌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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